우리가 경험해본 내키내먹, 앞으로 심어보고 싶은(시도해 보고 싶은) 내키내먹은?
🥕 : 저는 직접 먹을 것들을 키워보고 싶었지만, 땅이나 농사에 대한 경험도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농장으로 여행을 다녔고, 8개월간 다양한 농장들을 돌아다니며 함께 농사지었어요. 나름 저만의 밭을 가꾸고 싶어서 화분을 들고 다니며 저의 식탁에 소소하게 보태기도 했죠. 직접 키운 바질로 페스토를 만들어 나누어먹고, 작은 방울토마토를 한 알 겨우 먹는 일들이 큰 행복이었어요. 거창하지 않더라도, 매번 식탁 위에 직접 키운 것들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이것 또한 저의 농사, 내키내먹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자주 죽이고, 무언가 키워내는 일에는 서툴지만 계속해서 심고, 키우고, 수확하는 일을 반복할 거예요. 올해는 움직이는 화분에 당근을 심고, 벗밭의 텃밭에서 함께 구황작물을 길러보고 싶어요!
🥔 : 저는 가족과 거주를 분리하게 되면서 기숙사, 원룸, 하숙, 친척집 등 다양한 곳에서 지냈어요. 항상 언젠가는 옮길 수도 있는 집, 방학 혹은 학기 단위로 바뀔 수도 있는 집이었어요. 따라서 내가 사는 동네 혹은 집에서 뭔가를 키우는 시도를 별로 해보지 못했어요. 선물 받아서 키웠던 친구들도 관리를 잘하지 못해서 세상을 떠나기도 했죠.
하숙집에 지내면서 몇 개의 작물을 키운 경험이 있어요. 씨앗부터 키운 새싹도 있었고(사실 물을 제때 주지 않아 새싹이 힘을 잃고 죽어서 다시 심어야 해요..), 다육이와 토끼 선인장, 그리고 타임민트와 애플민트도 있어요. 허브 분갈이를 한번 해줘야 하는데 방이 좁기도 하고 적절한 시기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 미루고 있어요. 저는 창가에 가까운 책상에 두었다가 창문이 있는 복도와 같은 곳에 옮기면서 키우는데,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도시에서 지낼 땐 흙이 있는 땅을 만나기가 어려워서,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가 되는 것은 더 어려워요. 올해 저의 작은 목표는 제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함께 화분텃밭을 작게 해보고 더 나아가 구에서 지원하는 공공텃밭과 같은 곳에서 작게나마 심어보고 작물을 잘 키우는 법을 조금씩 어깨 혹은 화면 너머, 혹은 직접 다른 분들께 배우는 것이랍니다. 혼자보단 여럿이 함께할 때 더 재밌겠죠?
🐧 : 로즈마리, 루꼴라, 상추, 방울토마토, 콩나물. ‘내키'의 경험을 모두 꼽자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겠네요. 먹을 수 있는 작물을 많이 키워봤지만 모든 친구들이 식탁에 오르지는 못했어요. 말라서 떠나기도 했고, 진딧물의 공격을 받기도 했고요. 그중에서도 단연 신기했던 건 콩나물 키우기였어요. ‘눈 깜짝할 새'라는 문장을 저는 콩나물을 통해 경험했거든요. 따뜻한 방에 콩을 놓아두고 잠깐 숨 돌리고 돌아오면 콩깍지가 벌어져 있고, 또 줄기가 길어져 있더라니까요! 저는 24시간을 하루 주기로 살아가지만 콩나물의 하루는 6시간, 아니 그보다 짧은 3시간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보았어요. 또 새싹에서 열매까지 꽤 오랜 시간과 시선을 들여 키워야 하는 다른 작물과는 조금 달라서, 무사히 콩나물 요리까지 시도해 볼 수도 있었고요. 여러모로 기억에 남아요.
지금은 애플민트를 키우고 있어요. 주방 창틀에 올려두고 틈 날때마다 흔들어보면서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마실 날을 꿈꾸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