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주_벗밭회의록 | 구성 |
1. 들어가며: 금주의 인사
2. 오늘의 안건
- 농장과 식탁의 거리를 줄이는 일
3. 욕심쟁이 파슬리씨의 텃밭놀이(3화)
4. 금주의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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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06월 17일
참석자 :: 🐧, 🥔, 🌊, 🌿
결재자 :: $%name%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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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질문 /
오늘 식사의 생산부터 식탁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되나요? |
/ 주간 소식 /
• 6월 18일 : (18-21시) 💚매실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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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안녕하세요, 벗밭 기현입니다. 오랜만에 단비가 내렸어요. 언제 이렇게 비가 왔었나 싶을 정도로 오랜 가뭄이 이어졌었죠. 기상관측 이래로 최악의 가뭄이라는 기사도 보았어요.
"아, 물 줘야 하는데, 창문 열어야 하는데!" 제가 최근에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에요. 비가 오면서 벗밭의 아지트엔 비상사태가 발생했어요. 며칠 다른 지역에 가거나 각자 다른 일로 아지트를 2-3일 정도 비우게 되었는데, 식물들이 축 처지고 병이 났어요. 가장 큰 원인은 '통풍 부족'이었죠. 원래는 창문을 열어 두면 정말 바람이 잘 드는 자리인데, 날씨는 습해지는데 창문을 열어주지 못했죠. 급한 대로 저의 집 옥상으로 데려왔지만, 일상이 바쁜 탓에 병을 관리해주지 못했어요.
그 어느 때보다 더 신경이 쓰이고 잘 키우고 싶다는 소망이 커서 그 실망감과 미안함은 더 컸어요. 내가 틈이 없다는 이유로 자연스럽지 못하게 두었다는 것을 깨달았죠.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에 심었다면 그대로 잘 자랐을 텐데 말이죠. 우리의 일상에 틈을 주던 식물에게 정작 나는 틈을 내어 주지 못했죠. 과연 어떤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일까요?
이번 주에는 오랜만에 홍성에 다녀왔어요. 언제나 반가운 얼굴, 새로운 얼굴을 마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밭의 이야기도 담아 왔죠. 그 이야기는 여름 중에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주도 벗밭의 고민과 생각을 간단히 담아 보내 드려요. 벌써 청상추를 수확해서 '내키내먹'을 한 파슬리씨의 이야기도요!
자연스러운 땅의 모습을 생각하며, 벗밭 기현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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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과 식탁의 거리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그동안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지속가능한 식문화’는 무엇일지, 계속해서 더하고 빼기를 반복했어요. 벗밭 회의록 구독자분들은 그 흔적을 알고 계실 거예요. 저희는 지속가능한 식문화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계속 여러 지역의 농가와 식탁을 오갔어요. 최근엔 홍성의 사계절을 천천히 만나는 중이죠. 이렇게 발바닥으로 돌아다니기를 계속하면서, 한 가지 질문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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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과 식탁 사이에서 우린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만들 것인가?
그래서 계속 농장에 가게 돼요. 우리가 보지 않으면 못 보는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이번 홍성에선 한 농부님의 밭에서 야생루꼴라 모종 정식(모종을 땅에 심는) 일을 도왔어요. 땅이 부드러울 땐 모종을 손으로 눌러 심어도 들어가서 심어진다는데, 이번엔 땅이 굳어서 호미로 땅을 파고 심어야 했어요. 저 뒤쪽에서 루꼴라를 수확하는 농사꾼 선생님들도 계셨는데, 순식간에 몇 봉지가 찼어요. 저와 한솔은 약 5시간을 일하고 간신히 1/3을 채웠거든요.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남달라요. 저희가 두 번 쉴 동안 선생님들은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 쉬지 않고 일하셨어요.
어떤 부분은 루꼴라가 너무 자라서 판매할 수 없어 베어버린 곳도 있었어요. 판매를 위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너무 큰 건 자르고 새롭게 키우는 것이 나을 때도 있는 거죠. 저희는 너무 아깝지 않으냐고 여쭤봤지만 그런 일이 많다며 놀라지 않으셨어요. 그 대답을 듣고, 제가 오히려 너무나 한정적인 경험만을 가지고 누군가의 감정이나 일을 판단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153km, 서울과 홍성의 거리에요. 기차나 버스로 역에서 역까진 2시간 남짓 걸려요. 식탁 너머의 전 과정을 생각한다면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거리는 더 길어질 수도 있어요. 벗밭은 그 거리를 더 좁힐 수 있는 방법을 여러분과 함께 찾고, 이를 더 만만하고 즐거운 선택지로 마련하고자 해요. 여기엔 저희가 지금까지 실험해 온 내키내먹, 직거래, 파머스마켓, 도시농업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딛고 있는 땅 위에, 나의 발로 당장 해볼 수 있는 작은 걸음을 쌓아 나가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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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밭은 주로 지금까지 팜(농가)를 직접 찾아 다녔어요. 먼저 물어보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도시의 식탁에선 보고 듣기 어려운 소중한 이야기와 손길을 보고 느낄 수 있었죠. 그렇게 계속 식탁 너머의 가장 첫 번째 모습, 식재료와 이를 키우는 사람을 만나 왔어요. 정리하고, 여러 밤을 거치며 정리해보니, ‘팜투테이블’(Farm-to-table)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원래 ‘팜투테이블’운동에선 ‘농장의 식재료를 그대로 식탁으로 가져온다’라는 의미로, 안전하게 직접 키운 농산물을 식탁에 올려 음식의 질을 높이고 건강과 환경을 지킨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요.
<제3의 식탁>의 저자 댄 바버는, 대량생산 식품 중심의 '제1식탁', 로컬과 유기농 식품의 '제2식탁'을 넘어 건강한 토양을 강조한 식탁을 제3의 식탁이라 칭하며 생태계를 고려한 식탁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죠. 한국에도 댄 바버처럼 직접 기르고 수확한 농산물로 메뉴를 구성하는 몇몇 식당도 있어요. 팜투테이블의 여러 선택지 중 한 가지를 보여주는 사례죠.
벗밭이 생각하는 팜투테이블은 팜에서 테이블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닌, 팜에서 테이블로, 테이블에서 팜으로 가는 두 방향의 관계입니다. 또, 팜과 테이블의 구분이 너무나 명확하고 먼 것이 아닌, 잘 어우러지면서 가까운 사이가 되길 바라요. 하지만 그 식탁이나 농장의 모습이 우리의 일상과 가까웠으면 좋겠어요. 그 큰 그림을 여러분과 나누고 함께 만들어가려 하니, 7월 첫째 주 벗밭 회의록의 마지막까지 꼭 함께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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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쟁이 파슬리씨가 텃밭을 시작하게 된 이유, 혹시 기억하고 계신가요? 파슬리씨의 마음 속에는 스스로 키운 채소로 요리를 해 먹고 싶다는 작은 욕심이 있었죠. 그렇게 시작한 텃밭의 모종들을 매일같이 돌보았더니 어느새 수확할 수 있을 만큼 쑥쑥 자라 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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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상추를 수확하던 날은 몹시 무더웠어요. 그래서인지 청상추의 잎이 축 처져있었죠. 다시 싱싱하게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물을 주던 파슬리씨는 문득 지금이 수확의 타이밍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얼른 집으로 뛰어 들어가 상추를 담을 그릇을 가지고 나와 한 잎, 한 잎 감사한 마음으로 상추를 따기 시작했어요. 더위에 시들해진 상추로 바로 요리를 해 먹을 수가 없어 차가운 물에 담가 두었어요. 그러자 곧 상추는 싱싱하게 살아났고, 파슬리씨는 이 소중한 청상추로 무슨 요리를 해 볼까 고민하며 냉장고를 열었는데, 마침 두부가 보였어요. “아! 두부와 함께 곁들일 매콤하고 새콤한 상추 겉절이! 바로 이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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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를 손으로 툭툭 뜯은 후에 간장, 식초, 고춧가루, 그리고 약간의 설탕과 함께 무쳤더니 금세 양념이 상추에 배었어요. 들기름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두부와 함께 상추 겉절이를 한입 가득 넣었어요. 세상에! 쌉쌀하면서도 아삭한 청상추의 맛이 그대로 느껴졌어요. 파슬리씨의 머리 속에는 텃밭의 상추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시간이 스쳐 지나갔어요. 그리고 ‘아! 나도 스스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구나!’라는 뿌듯함과 함께 ‘이 상추는 정말 먹을 수 있는 것일까?’라는 바보 같은 생각도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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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그 동안 파슬리씨에게 채소란 항상 마트나 시장에 가서 돈을 줘야 구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잘 포장되어 매대에 올려진 식재료만 만나 온 파슬리씨에게 내 손으로 무언가를 키워서 먹는 것은 생경한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파슬리씨는 식사를 하면서 이것이 정말 놀랄 만큼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첫째! 포장 쓰레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텃밭의 채소는 예쁜 포장이 필요 없으니까요. 둘째! 문 앞의 텃밭에 채소가 자라고 있으니까 먼 마트에 가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돼요. 오랜 시간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을 필요도 없으니까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신선한 상태의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것! 팜투테이블(Farm to table), 정말 멋진 경험이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모든 것은 어렵더라도 언젠가 우리가 자급자족할 수 부분이 분명 커지지 않을까? 이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파슬리씨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식사를 마쳤습니다. 파슬리씨의 텃밭에서 식탁으로! 푸릇하고 맛깔스러운 텃밭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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