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벗밭입니다.
이제는 어딘가에서 캐롤이 들려도 어색하지 않은, 정말 연말입니다.
벗님께 보내는 편지가 처음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는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초대는 처음이어서일까요.
2022년을 시작하면서 벗밭은 '식문화'라는 주머니에 담길 수 있는 아주 많은 활동을 모두 시도해보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 해의 끝에서 아 이거 못해봐서 아쉽다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요. 지난 봄과 여름, 가을을 둘러보니 벗밭 아지트에 둘러앉아 과일도 먹고, 농부의 애플민트 모종도 이어 키워보고, 여름 풋귤로 풋귤칩을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행사부터, 워크숍, 식료품 제조와 유통까지. 인스타그램과 뉴스레터를 통해 전해드린 소식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바쁘게 흘려버린 프로젝트도 많이 있었어요.
이것까지 해볼 수 있을까. 내심 그려보았던 큰 그림 중 하나가 바로 전시입니다. 상품이나 제품이 아닌 작품으로도 먹는 일, 식탁 너머의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궁금했거든요. 작은 결심을 내린 뒤에는 전시를 함께 만들어 갈 영현과 재원을 만났습니다. 또 강나루, 시티애즈네이처, 옴 작가님을 초청했습니다. 그들과 지난 몇 달간 밭과 식탁,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을 함께 실험했습니다.
그 작은 실험의 결과물인 벗밭의 첫 기획전시, <비슷한 들에서 같이 자라는 풀>에
가장 마지막으로 벗님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밥도, 농사도, 또 우리의 삶도 몸과 마음을 부단히 움직이며 공들여 무언가를 지어나가는 과정인 듯합니다.
이 작고 너른 들에서 때때로 나와, 내가 아닌 모든 존재들의 오늘을 기억하며 삶을 지어나가는 벗님을 꼭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2. 11월. 벗밭 드림. |